미국 표현의 자유 법리상 표현매체의 기술적 특성의 반영에 관한 소고

이 글에서는 사상과 의견 표현 및 정보 취득의 매개가 되는 매체의 기술적 진화 과정을 따라 미국의 표현의 자유법리가 반응해 온 경과를‘표현의 자유 법리의 일관성’관점에서 분석한다. 사상과 의견을 표현하고 정보를 취득하는 주된 매체가 인쇄물에서 라디오,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 인터넷 등으로 진화해 오는 과정에서 미국의 표현의 자유 법리는 미국에서의 표현 매체의 기술적 진화에 대한 인식과 반응을 수용하여 변화해 왔다. 미국 사회에서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을 때 그 초기의 법리적 반응을 보면, 새로운 매체를 통해 원하지 않는 혹은 유해한 정보와 표현이 지나치게 쉽게 내지 널리 전파될 것이라는 우려에 기초하여 유해한 표현에 취약한 개인 내지 집단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혹은 새로운 매체가 공동체 구성원 중 일부 내지 소수에게만 접근성이 있다는 희소성에 대한 우려에서, 정부규제를 보다 넓게 정당화한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근래 미국의 표현의 자유 법리에서는 매체의 기술적 특성에 기초한 전파력의 개념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이에 따라 특정 표현 매체가 의사소통의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사용가능성 내지 희소성의 관점에서 매체를 제한된 자원으로 인식하여 규제하려는 입장, 그리고 잠재적 정보수령자가 얼마나 쉽게 당해 표현 매체를 이용하여 매체에 탑재되어 있는 정보 내지 표현물의 내용을 수령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규제의 초점을 표현물의 내용 또는 원하지 않는 정보의 수령의 측면에 두고 표현을 규제하려는 입장이 도출되었다. 표현의 자유 법리 구성에 있어 표현 매체의 기술적 특수성내지 고유성이 고려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표현매체 규제의 합헌성을 판단함에 있어 각 매체의 기술적 특수성에 과도한 비중을 두어 매체의 기술적 특수성을 법리정립의 중심에 놓게 되면, 미국의 경험에서 보듯이 상이한 매체간의 부적절한 상호 비교·비유 및 법리의 적시성 결여의 난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곧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의 합헌성 판단에 있어 각 매체의 기술적 특수성내지 고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전체로서 일관성 있는 표현의 자유의 법리 정립이 어렵게 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