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주거단지계획방향

본 논문은 국내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어 환경친화적인, 생태적인, 혹은 지속가능한 주거단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지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리의 건축행태가 획기적으로 변화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실증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한 논의의 한계는 국제적인 의제나 협약에 의한 압력이 시발점이 되어 이에 대응하는 전략의 모색 차원에서 이루어진 경향이 짙어, 건축가들 내면의 성찰이나 디자인에 대한 연구, 개발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주거단지계획에 생태적인 관점을 실현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 건축가로서 계획과 설계의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건축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실현이 구체화되지 못하는 원인은 계획 및 디자인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현하기에 부족하거나 혹은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설계과정에서 실천적 방법과 기술, 그리고 사회적 여건 부족 등 또 다른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계획과 디자인의 문제는 설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정보(image information)’의 문제로, 설계과정에서의 문제는 가정하고 있는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테스트 정보(test information)’의 문제로 유형을 구분하여, 이 두 가지 정보의 문제를 발굴하고 이 문제를 보완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실행(practice)과 무관하게 연구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대규모 주거단지 현상설계로서 생태적인 관점이 도입되었고, 수도인 서울시가 의욕을 가지고 시범적으로 추진하였으며, 국내 굴지의 설계사무소들이 참여하였던 상암 새천년주거단지 프로젝트를 사례로 선정하여 기획단계에서부터 실시설계 완료에 이르는 전과정에 대해 질적인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였다. 주거단지계획에 있어서 생태적인 관점은 대단히 복합적이고 포괄적이며 전일적인 특성을 갖는다. 생태적 주거단지계획은 생태학(Ecology) 이론에 기초하여 환경과의 상호관계, 환경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미학적․예술적 관점, 그리고 시스템으로서 에너지와 자원의 입․출력 관리 등을 디자인의 영역으로 받아들여, 대지가 위치하는 자연적이고 사회문화적인 환경에의 적합성과 거주자가 자신의 거주지에 뿌리내리고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총체적인 주거환경의 질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생태적인 주거단지계획의 범위를 환경, 에너지 및 자원, 생태, 휴머니티로 설정하였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제공된 이미지 정보’인 해외주거단지사례와 국내 건축가들에 의해 ‘재생산된 이미지 정보’인 상암 새천년주거단지 현상설계출품작의 비교, 분석을 통해 국내 주거단지계획의 문제를 발굴하였다. 발굴결과 포괄적인 범위에서의 이해는 해외사례에 뒤지지 않으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방법이 특정 부분에 치우쳐있어 다양하고 섬세한 계획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건축가들이 해외사례에서 얻어지는 피상적인 정보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 보다 심층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발전된 이미지 정보’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의 ‘이미지 정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태적인 건축과 계획방법에 대한 원론적인 연구를 통해 설계자들에게 보다 심층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보의 리스트인 체크리스트를 개발하였고, 이 체크리스트는 계획과정에서 계획의 목표설정과 자체 평가를 위해서 혹은 설계 후 주거단지계획의 질적평가를 위해서 유용한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상암 새천년주거단지계획에서 드러난 ‘이미지 정보’에 한계가 있었음에도 이 현상을 통해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었고 당선안을 선정함으로써 국내에서의 선호경향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실시설계 완료결과는 계획안에서 제공되었던 많은 아이디어들이 축소되거나 포기된 양상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결과의 원인이 되는 ‘테스트 정보’는 거주자 의식의 문제, 법․제도의 미비, 건축가들(시행자, 설계자, 전문가 포함)의 의식 및 계획능력의 문제, 대안기술의 문제 등으로 거주자와 설계과정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행정당국이나 시행자, 설계자, 전문기술자 등의 건축가 그룹에 의해 생산된 것이었다. 결국 설계과정에서 이들이 ‘테스트 정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해주면 국내에서 생태적인 주거단지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설계 단계별로 참여자가 해야 할 역할에 중점을 두어 생태적인 주거단지계획을 위한 새로운 설계과정을 정립하고, 이를 ‘이미지 정보’에서 제공하는 24개 계획요소에 대한 계획지표와 연계하여 통합적인 계획과 검증, 실행방안을 제안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미지 정보’와 ‘테스트 정보’ 발굴과정에서 드러난 국내 주거단지계획에 생태적인 관점을 도입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는 생태적인 주거단지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주체인 여러 그룹의 참여자들이 아직까지도 선언적이고 모호한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가들은 생태적인 주거단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올바른 ‘이미지 정보’를 구축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해 정진하면서, 이와 함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계방법을 도입하여 체계적인 설계과정의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주거단지 개발과정의 변혁이며, 계획방법 측면에서는 가장 필요하나 미진한 부분이 대지현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 물과 녹지를 우선한 계획, 패시브디자인 기법의 개발, 그리고 가치분석이나 생애비용분석과 같은 과학적 설계방법의 도입 등이다. 이러한 부분의 혁신을 위해 현행 주거단지계획과 설계과정에서 변화되어야할 주요한 내용을 참여주체별로 정리하여 다음과 같이 열 가지로 제안하였다. 시행자는 기획단계에서 ①체계적인 현황조사(지형, 지질, 식생, 수문(水文), 기후․미기후를 포함)와 ②생태적 철학에 입각한 가치분석(value analysis)을 통해 설계목표와 기준을 설정하고, ③초기투자비와 생애비용을 고려한 예산계획과 ④명확한 심사기준(최소한의 계획지표와 기준설정)을 수립하여 최적안을 선정하며, 환경을 고려한 계획을 위하여 ⑤설계용역의 범위와 기간, 용역비를 고려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업무를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할 ⑥시행사 내부의 전문적인 조직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설계자는 공간적, 경제적 효용성에서 탈피하여 생태적 사고로 전환하여 ⑦창의적인 계획방법을 연구, 개발하고, 설계과정에서 가치분석(value analysis), 생애비용(life-cycle cost)분석, 패시브디자인을 위한 컴퓨터시뮬레이션 등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계방법을 도입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전문분야와 통합적인 계획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기술자 혹은 연구자)는 ⑧계획적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실질적 기술을 개발할 책임을 갖는다. 현재 국내에서 우선적으로 기술개발이 필요한 부분은 패시브디자인, 우․하수관리 시스템 및 세부기술, 재료개발 및 정보구축, 재생에너지 개발 및 관리, 생태통로의 계획과 설계 등이다. 행정당국도 ⑨규제나 지원을 통해 생태적인 주거단지계획을 유도할 책임이 있다(에너지 및 수자원 절감율에 대한 기준 마련, 재생에너지 수매, 실개천 관리, 공공공간의 재생에너지 이용시설에 대한 투자 등 실질적인 지원). 또한 법․제도의 실행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주거환경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⑩시행자, 설계자와의 토의를 통해 유연한 법적용을 고려하는 등의 역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