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창조산업 정책의 부상

이 논문은 1997년 신노동당이 정권을 잡은 후 영국 문화정책 현장에서 발생한 창조적 전회(the creative turn), 즉 개인의 창조성에 입각하여 창조산업?창조경제?창조도시?창조교육 등과 연관된 새로운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이로써 기존의 국가 단위 문화정책을 총체적으로 구조조정하려는 야심찬 시도를, 이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들의 변천을 고찰함으로써 이해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프랑크푸르트학파가 고안한 문화산업(Culture Industry) 개념, 런던광역시의회가 제시한 문화(적) 산업(cultural industries) 개념, 영국 문화부가 확산시킨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 개념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면서, 영국에서 ‘창조산업’ 정책이 부상한 계기와 과정을 자세히 서술할 것이다. 이로써 영국에서 창조산업 개념과 관련 정책의 부상은 문화계를 넘어서는 더욱 넓은 의미의 국가 구조조정의 하나로 기획?실행되었다는 점, 그것은 특정 산업군에 대한 강조를 넘어서서 국가 단위 문화정책의 재구조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 나아가 이 새로운 정책이 고대 그리스 이후 여타 기술과 분리되어온 순수예술 또는 고급문화가 19세기 대중사회의 도래와 함께 이전 자리로 돌아가는 경향 속에서 상당히 의미심장한 문화사적 징후로 읽힐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