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시대상과 김승옥 서사문법의 상관성 고찰

본 논의는 김승옥 소설에 보이는 고유한 서사문법이 60년대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로 주어진 것임을 밝히고자 쓰인 것이다. 그 출발점은 작가의 작품들이 그 창작 배경인 60년대와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다는 가설이 된다. 실제로 김승옥 소설은 서사 구조적 측면에서 반복적인 변주의 양상을 띠면서 객관적인 법칙성을 보인다. ‘자율적 주체의 등장’을 비롯한 ‘작중 인물의 파행과 몰락’과 ‘이항 대립적 구도’와 ‘수미상응의 구성’에서 특히 그러하다. 이러한 유형의 서사문법의 성립 배경으로 군부의 억압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위시한 독재개발의 폐단 및 정치적 부패 등 사회적 측면을 우선 떠올릴 수 있다. 특히 군부의 통치 이데올로기는 억압적이고 몰개성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며, 독재개발에 따른 자본적 근대화는 획일적이고 물질적인 삶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처럼 부당한 현실은 작가의 비판적 대상으로 부각되기에 충분해 보이며, 김승옥 문학에서의 자율적 주체의 등장은 이러한 사회상에 대한 저항과 반발의 차원에서 우선 살필 수 있다. 전후의 암울한 시기, 4?19의 민주화 염원이 거세된 상태에서 강요된 통치 이데올로기를 비롯한 근대화의 폐단에 정치적 부패까지 가중되면서 민중의 내면은 소외의식을 비롯한 패배의식과 허무의식과 좌절감과 무력감으로 채워진다. 이러한 민중적 심리에서 연출된 사회 분위기는 작품 세계에 투영되어 작중 인물의 파행과 몰락의 이야기 구조를 낳은 것으로 이해된다. 60년대는 근대적 가치와 반근대적 가치가 대립과 갈등의 양상을 뚜렷이 보여준 시기이기도 하다. 이는 민족주의를 지배담론으로 삼아 주체-대상(타자)의 대립적 인식을 국민에게 주입한 군부의 통치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군부는 정치적으로는 공산-자유(자본)의 구도를 전제로 반공의 종교화를, 경제적으로는 선진-후진 구도를 토대로 서구적 근대화를 추진한다. 이런 사실은 근대화는 물론, 지배 이데올로기의 밑바탕에도 이분법적 사고가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나아가 이 분법적 사고가 군부 주도의 근대적 가치와 그 대척점에 놓인 전통적 가치를 포함한 반근대적 가치의 기저를 이루면서 그 대결 양상을 더욱 추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승옥 소설에 보이는 이항 대립적 구도는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해진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하여 해명될 수 있다. 60년대는 정권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진행된 근대화와 그 근간을 이루는 국가우선주의로 인해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은 시기로 기록되어 있다. 이 당시, 변화 이상의 혼란에 따른 불안에 직면한 민중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삶을 희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낯선 타향살이를 시작한 젊은 작가의 현실과의 불협화음까지 겹치면서 그 희구의 정도는 증폭되었을 수 있다. 어느 때보다 불안감과 긴장감이 고조되었던 이 시기,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구는 작품에 스며들어 ‘수미상응의 구성’을 구축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