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문화를 통해 본 한(韓) 민족의 다문화 감수성 연구(I)

본 연구는 한국 전통 건축의 담장문화를 중심으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연구한다. 한국전통 담장은 경계 짓기를 싫어하는 자연을 닮아 있다. 한국 담장에는 습관적으로 만들어 놓은 인위적 경계를 허물고 자연과 소통하려는 지향성이 재현되어 있다. 필자는 조선시대 건축 담장 공간에 육화된 다문화적 감수성을 재구성한다. 특히 퇴계와 남명 그리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영남의 문화적 벨트에서 그 단초를 확인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한국 전통 건축의 담장 문화 속에서 재구성하는 것이다. 필자는 ‘16세기 조선’이라는 현실공간을 동시대인으로 살았던 퇴계와 남명의 문화적 감수성을 재현할 것이다. 특히 그들의 장수(藏修)와 유식(遊息) 공간이었던 도산서당과 산천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도동서원을 중건 한 한강의 문화적 감수성을 다룰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이들이 대상인가? 과연 그들이 한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보해 줄 수 있는가? 그들은 가장 척박했던 시공간 현실에서 그 나름의 특이한(singular)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했다. 주자학이라는 주류문화에 동화(同化)되지 않으면서, “주자보다 훨씬 세련되고 발전된 모습으로” 한국적 성리학의 특이한(singular) 문화적 정체성을 능동적으로 구성한 문화적 감수성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