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거리극 연구

우리 거리극은 연극 제도에서 벗어나 탈 양식화를 지향하는 공연들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에게 거리극은 낯선 장르가 아니다. 이미 전통극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02년 최초의 실내공연장 협률사가 등장한 이래 전통극은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프로시니엄 형태의 극장 안으로 이동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우리연극이 다시 거리의 활력을 향수하면서 극장 밖으로 나선 것은 1970년대 마당극 운동을 통해서이다. 하지만 90년대 서구 사회주의의 몰락, 문민정부의 등장 등 정치ㆍ사회 상황이 변하자 마당극은 급속도로 쇠퇴했다. 1990년대 이후 공연예술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거리극이 등장했다. ‘거리’를 극적 공간으로 수용했던 앞서의 시도들이 자연발생적이거나 사회운동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이 시기에 이르러 ‘거리’에 대한 인식을 갖춘 예술적 움직임으로 구체화되어 거리의 미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물리적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거나 삶의 현장이라는 정치적 의도로 ‘거리’를 수용했던 것과 달리 ‘거리’는 예술적공간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양산된 지역축제를 기반으로 거리극은 급속하게 발전했다. 이 시대에 연극이 거리로 귀환한 것은 필연적이다. 지배적 미학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거리 공간을 실험성과 다양성이란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물질문명과 도시화에 대한 저항담론이 확산되었다. 그리고 양산되는 지역 공연예술축제의 컨텐츠가 필요해지고,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라는 경제적 효용성까지 부각되면서 거리극은 점차 기존 공연예술의 대안으로까지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 거리극의 특성으로 대안예술, 탈 양식화, 쌍방향 소통방식, 공공성, 놀이성, 생태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거리극은 크게 고정거리극과 이동거리극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고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가, 극적 공간이 실제적으로 이동하는가에 따라 구분된다. 하지만 이러한 동적인 구분 외의 분류는 거의 불가능하다. 독립적인 창작과정과 실험적인 시도로 이루어지는 거리극은 예술가의 수 만큼 다양한 양식과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우리 거리극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내적, 외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외적으로 공공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지원금 같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제작소 확보, 법 규정의 유연한 적용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거리극 특유의 독립적인 제작방식을 침해하지 않는 지원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내적으로는 거리극의 예술적 완성도를 확보하기 위해 공간, 서사, 관객과의 소통방법, 생태의식의 회복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단절의 시대에 소통의 길을 열고, 막장의 시대에 인간적 가치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공공성에 대한 인식도 제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