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정책의 창조적 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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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영국의 신노동당(1997~2010)에 의해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어 온 문화정책의 ‘창조적 전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창조산업, 창조경제, 창조도시 등 일군의 새로운 개념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국가 단위 문화정책을 구조조정하고자 한 이 전회는 대륙과 반구의 경계를 넘어 빠르게 확산되어 왔으며, 그 결과 많은 국가들이 그 자신의 역사나 현재의 상황과 관계없이 이 흐름에 편승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국민의 정부’(1998~2003)와 ‘참여정부’(2003~2008)하에서 발생한 ‘문화산업 정책의 부상’이라는 사건이 유사한 창조적 전회가 한국에서도 발생했음을 보여 주는 직접적인 증거라는 점을 논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본고는 양국에서 창조적 전회를 추동한 담론 및 정책 수단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책적 이행은 산업화의 상이한 궤적과 속도 등으로 인해 영국의 그것과는 매우 다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본 연구자는 ‘동아시아 개발국가’라는 개념을 진입 지점으로 삼아 1997~1998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문화정책상의 이행을 겪게 되었는지를 고찰할 것이며, 다음으로는 그러한 이행의 결과물로서 등장한 문화정책의 틀거리는 무엇이었고 이는 개발국가 시대의 문화정책 및 동시대 영국의 문화정책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제시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문화산업정책 영역에서 분명하게 구체화된 ‘한국의 창조적 전회’는 서구 조절국가에서 빌려 온 ‘팔길이 원칙’(자유/자율성의 원칙)과 과거 개발국가 시대의 관습을 원용한 ‘문화산업의 국가기간산업화 비전’(압축적인 투자/견인)을 두 기둥으로 삼고 있었다는 점이 분명해질 것인 바, 바로 이것이 한국의 창조적 전회를 ‘신개발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