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 스땅제, 그리고 코스모폴리틱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미래 지향적 만남의 길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분리된 까닭은 양자의 철학적 기반이 근본적으로 분리되었기 때문이었다. 화이트헤드는 근대 철학적 기반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정리한 바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중세 기독교 시대를 거치는 동안 목적인(final cause) 개념이 무모하게 강조되는 방향으로 인도되었고, 근대 자연과학의 시대에서는 그에 대한 반동으로 작용인(efficient cause)의 개념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방향으로 인도되었다. 건전한 형이상학이 해결해야 할 하나의 과제는 목적인과 작용인을 그들 상호 간의 적절한 관계 속에서 해명하는 일이다.” 자연과학은 작용인 일방에 의한 설명만을 과학적 설명으로 인정하고, 목적인에 의한 설명은 비과학적 설명으로 간주해서 철저하게 배척했다. 이자벨 스땅제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에서도 목적인이 배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인문학에서 주로 연구하는 인간의 주체적 결단이나 문화적 가치 등은 목적인의 설명 대상이었다. 따라서 목적인이 결여된 자연과학은 목적인의 설명이 요청되는 인문학을 설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바로 여기에 자연과학과 인문학 간의 ‘분리’가 불가피한 존재론적 근거가 자리하고 있었다. 따라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작용인과 목적인이 결합된 철학적 기반을 새롭게 마련해야만 한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그의 『과정과 실재』에서 작용인과 목적인이 결합된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했다. 그러자 이자벨 스땅제는 화이트헤드가 제시한 새로운 세계관에 입각해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결합시킨 새로운 학문을 구성해낼 수 있었다. 스땅제가 자연과학을 상징하는 용어로 ‘코스모스’를, 인문학을 상징하는 용어로 ‘폴리틱스’를 각각 선택한 다음, 양자를 긴밀하게 연결시켜 구성한 ‘코스모폴리틱스’가 바로 그것이다.